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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 김수영

● '동맥(冬麥)'/ 김수영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광선의 미립자와 분말이 너무도 시들하다 (압박해주고 싶다) 뒤집어진 세상의 저쪽에서는 나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타락도 안했으리라 그러나 이 눈망울을 휘덮는 싯퍼런 작열의 의미가 밟혀지기까지는 나는 여기에 있겠다 햇빛에는 겨울보리에 싹이 트고 강아지는 낑낑거리고 골짜기들은 평화롭지 않으냐 평화의 의지를 말하고 있지 않으냐 울고 간 새와 울러 올 새의 적막 사이에서 #시

카테고리 없음 2023.03.06

넋두리외 정희성시모음

넋두리 정희성 시만 쓰면 다냐 살림이 기우는데 시만 쓰면 다냐 공자 말씀에 토나 달고 앉아서 술잔에 코를 박고 졸기나 하고 남들이 술값 낼 때 구두끈만 매면 다냐 나라가 꼬이면 말이 어지럽고 말이 헷갈리면 넋도 달아나느니 네 넋은 늬집 개가 물어가서 거렁뱅이 맨발로 떠도느냐 헷갈리지 마라,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하지 않은 것은 한국어가 아니다 -정희성시집: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비, 2019)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정희성 꽃이 마구 피었다 지니까 심란해서 어디 가 조용히 혼자 좀 있다 오고 싶어서 배낭 메고 나서는데 집사람이 어디 가느냐고 생태학교에 간다고 생태는 무슨 생태? 늙은이는 어디 가지도 말고 그냥 들어앉아 있는 게 생태라고 꽃이 마구 피었다 지니까 심란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고 봄이 ..

카테고리 없음 2023.03.06

일상의기적

꼭 읽어 보셔요. 부탁 드려요. 작고하신 박완서 작가의 글인데 읽고 또 읽어도 구구절절 공감이 갑니다. **** 일상의 기적 **** 박완서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

카테고리 없음 2023.03.06

친구가 없는 삶 이어령

친구가 없는 삶은 실패한 인생이다 이어령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못 받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다르게 산다는 건 외로운 것이다. 세속적인 문필가로, 교수로, 장관으로 활동했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 겸손이 아니다. 나는 실패했다. 그것을 항상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내게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내 삶은 실패했다. 혼자서 나의 그림자만 보고 달려왔던 삶이다. 동행자 없이 숨 가쁘게 여기까지 달려왔다. 더러는 동행자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경쟁자였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남긴 말이다. 정기적으로 만나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야 삶이 풍성해진다. 나이 차이, 성별, 직업에 관계없이 함께 만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카테고리 없음 2023.03.06

Song from a Secret Garden 'Adagio

뉴에이지 음악으로 평가받고 있는 "Song from a Secret Garden" 가운데 'Adagio'를 소개합니다 뉴에이지(New Age)라 함은 신앙에서와 같은 영적 세계 추구는 물론 범신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신비로운 음의 세계를 펼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Secret Garden의 노래나 연주는 현세계를 떠나 영적세계를 유영하는 듯한 신비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Secret Garden은 노르웨이 출신 롤프 뢰블란(작곡 및 키보드)과 피오뉼라 셰리(바이올린 및 노래)로 구성된 2인조 듀오 보컬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You raise me up'은 물론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Serenade to Spring' 등 명곡을 작곡, 연주했습니다 'Adagio'를 Secr..

카테고리 없음 2023.03.06

만 65세가 되면

#지공선사 (地空禪師) . #좋은글 만 65세가 되면 우리나라 정부에서 "지공선사"의 자격을 준다.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노석에 앉아서 지긋이 눈감고 참선하라는 자격증이다. 아무나 나이만 되면 저절로 주는 자격이며, 남녀, 학벌, 경력, 재산의 구분이 없다. 노인들에게 지하철 공짜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있는 경노우대 제도이다 여자의 경우는 호칭을 '지공녀', 또는 '지공여사' 라고도 부른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 : 신창, 용문, 소요산, 문산, 오이도, 송도, 인천공항... 그런데 지공선사가 되어 지하철을 공짜로 타보니 지켜야 할 수칙이 있었고, 지공선사로서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지하철 안에서 참선하며 터득했다. ♧ [지공선사 15가지 수칙] 1. 지공선사는 출퇴근시 지하철 타지..

카테고리 없음 2023.03.05

오늘을 살고싶다

#책속의한줄 #좋은글 사람은 갖고 싶은 것이 많아질 때 괴로워진다. 잃을 것이 많을 때도 역시 괴로워진다.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데 자꾸 채우려고만 애쓴다. 생각해 보면 하루 중 우리를 웃게 하는 것은 작고 단순하고 별것 아닌 일이다. 내가 가진 물건이나 이룬 일이 고단한 마음을 안아 주지는 않는다. 생각도 삶도 마음도 조금 더 단순하게. 어제나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그리고 지금을 살고 싶다. - 권미선 ≪오늘을 살고 싶다≫ 중에서 - 온전히 걷기에만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이 좋아졌다. 그건 내가 내 몸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팔다리의 움직임, 피부에 닿는 바람, 가볍게 흔들리는 머리카락, 귓가에 들리는 숨결까지. 내 몸을 바라보고 살펴보고 관심을 가지는 시간. 생각이 과거나 미래를 헤매지..

카테고리 없음 2023.03.05

비닐하우스 성당

비닐하우스 성당 정호승 ​ 봄이 오면 배추밭 한가운데 있는 비닐하우스 성당에는 사람보다 꽃들이 먼저 찾아와 미사를 드립니다 진달래를 주임신부님으로 모시고 냉이꽃을 수녀님으로 모시고 개나리 민들레 할미꽃 신자들이 일개미와 땅강아지와 배추흰나비와 저 들녘의 물안개와 아지랑이와 보리밭과 함께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흙바닥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켜고 저마다 고개 숙여 기도드립니다 ​ 정호승, 『밥값』(창비, 2010) #시

카테고리 없음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