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성당
정호승
봄이 오면
배추밭 한가운데 있는 비닐하우스 성당에는
사람보다 꽃들이 먼저 찾아와 미사를 드립니다
진달래를 주임신부님으로 모시고
냉이꽃을 수녀님으로 모시고
개나리 민들레 할미꽃 신자들이
일개미와 땅강아지와 배추흰나비와 저 들녘의 물안개와 아지랑이와 보리밭과 함께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흙바닥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켜고
저마다 고개 숙여 기도드립니다
정호승, 『밥값』(창비, 2010)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