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박경리 아이들이 간다 쫑알쫑알 지껄이며 간다 짧은 머리 다풀거리며 간다 일제히 돌아본다 아이들 얼굴은 모두 노인이었다 노인들이 간다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간다 백발, 민들레 씨앗 깃털 같은 머리칼 지팡이 짚고 돌아본다 노인들 눈빛은 갓난아기였다 [우리들의 시간] 마로니에북스,2012. 62쪽 대추와 꿀벌 박경리 대추를 줍다가 머리 대추에 처박고 죽은 꿀벌 한 마리 보았다 단맛에 끌려 파고들다 질식을 했을까 삶과 죽음의 여실如實한 한 자리 손바닥에 올려놓은 대추 한 알 꿀벌 반 대추 반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 - 시집 [우리들의 시간 ] 마로니에북스, 2012. P 24 불행 박경리 사람들이 가고 나면 언제나 신열이 난다 도끼로 장작 패듯 머리통은 빠개지고 갈라진다 사무치게 사람이 그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