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카테고리 없음 2023.11.27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오늘은 슬피 울어도 내일은 기쁨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오늘은 분노로 가득차나 내일은 소리내어 크게 웃을지도 모른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허무해도 내일은 희망이 푸른 날개를 퍼덕이며 찾아올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오늘은 내 주머니가 비록 초라하지만 내일은 가득 찰지도 모른다. 오늘은 날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내일은 날 찾아주는 사람들로 차고 넘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비방을 해도 자신의 일이 옳다면 결코 주눅 들거나 멈추지마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당신에게 주어진 영광에 대해 시샘하거나 따돌릴지라도 당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더욱더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라 아무것도 아닌 것처.. 카테고리 없음 2023.11.24
아름다운 마무리 아름다운 마무리...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일깨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책속의한줄 카테고리 없음 2023.11.22
가난한 애인 가난한 애인 최문자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다 신랑은 가난했다 자꾸 손을 자주 씻었다 잠깐, 잠깐만이라도 하면서 빨랫비누로 가난한 지문을 지웠다 신랑은 혼자 쓰러지지 않았다 가난을 데리고 나를 데리고 하루 종일 통이 넓은 가난을 끌고 다녔다 보리빵 조각을 나눠 먹고 훌쭉한 뼈가 자라면 가난은 얼굴이 되었다 40년 훌쩍 지나 가난은 이제 배가 부르고 죽어 가는 아무것도 구원하지 않았다 뼈를 뿌렸던 백령도로 가는 파도 위에 시집 한 권 밍밍한 보리빵 세 개 겉봉도 쓰지 않고 던졌다 남자는 이제 손을 씻지 않는다 너무 많이 만져 본 둥그런 빵 조각도 놓친다 툭툭 다 떨어뜨렸다 진눈깨비가 함부로 올려고 했다 안녕, 아무 데나 뿌리내리고 우거졌던 가난한 나의 빵 조각들 쏴쏴, 바닷속 시집 페이지가 넘어갔다 78쪽. .. 카테고리 없음 2023.11.20
말씨는 곧 말의 씨앗인것 ◆ 말씨는 곧 말의 씨앗인 것 ◆ 一言不中 千語無用(일언부중 천어무용)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가 무슨 소용이 있으리. 그 사람의 환경은 생각이 됩니다. 그 사람의 생각은 말씨가 됩니다. 침묵이 금이 될 수도 있고 한 마디 말이 천 냥 빚을 탕감할 수 있는 것은 말의 위력입니다. 말(言)이 적은 친절이 기억에 오래 가는 것은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기 때문입니다. 비록 많은 말을 하지 않는 행동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려주겠지요. 너그러운 마음씨가 혀를 고쳐준다고 합니다. 적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불평하는 말도 그만큼 늘 것이고 정신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사랑의 말이 사랑을 낳고 미움의 말이 미움을 부릅니다.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어떻게든 돌아옵니다. 그래서 말씨는 곧 말의 씨앗인 것.. 카테고리 없음 2023.11.20
우리는 누군가의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 아무것도 고뇌할 것이 없는 사람은 마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사람이 고뇌라는 괴로운 칼날에 부딪쳐 본 일이 없다면 한 줄기 불어오는 세상의 바람에도 쉽사리 쓰러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살아 있는 한 ‘시련’이란 불청객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살아 있는 한 그것을 헤쳐나갈 힘이 있습니다. 그것을 딛고 일어설 희망과 용기가 있습니다. ‘내 삶을 기쁘게 하는 모든 것들’에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미소지을 수 있고, 또 언젠가 실패했던 일에 다시 도전해 볼 수도 있는 용기를 얻게 되듯이 소중한 누군가가 우리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며 활기를 띠고 .. 카테고리 없음 2023.11.20
아슬아슬 가을 김용택시 아슬아슬 가을 김용택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따라가다가 길이 끊겨서 돌아왔습니다 가을 나비들이 한쪽 날개를 헐어 균형을 잡아갑니다 날개를 펼 때 바람을 이용하지 않은 나비들은 날개를 다 버릴 소실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답니다 마른 풀들의 휘어진 고단한 등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내 손이 내 손을 더듬어 잡았습니다 구름들이 몸을 다 말린 후 산을 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대가 그만큼에 서 있거나 내게 오지 않아도 식지 않을 간격만큼 단풍 물은 옮아갑니다 나뭇잎을 주워 뒤집어보았습니다 가을에는 이별해도 소용없습니다 그쪽 강가에는 지금 혹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요 - 시집 문학과지성사, 2021. P 55 카테고리 없음 2023.10.30
혼자 혼잣말 혼자 혼잣말 이문재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호스피스와 산파가 동시에 필요한 시기 잘 배웅하고 또 잘 마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학교에서는 성찰하고 표현하라고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활동가들이 시장통을 지나 광장에서 모이자고 합니다 혼자는 혼자의 안팎을 살펴봅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희미합니다 잘 안 보입니다 누가 무엇이 왜 혼자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제는 화조차 나지 않습니다 절망하기에도 무력해지거나 우울해지기에도 힘이 듭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감정이 고장 나고 말았습니다 혼자 근처에는 혼자와 다를 바 없는 혼자들뿐 어쩌면 낡은 것은 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떠나간 척하면서 안안팎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새것은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릅니다 오래.. 카테고리 없음 2023.10.28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문태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 문태준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카테고리 없음 2023.10.28
오래만진슬픔 오래 만진 슬픔 이문재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카테고리 없음 202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