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가을
김용택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따라가다가
길이 끊겨서 돌아왔습니다
가을 나비들이 한쪽 날개를 헐어 균형을 잡아갑니다
날개를 펼 때 바람을 이용하지 않은 나비들은
날개를 다 버릴 소실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답니다
마른 풀들의 휘어진 고단한 등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내 손이 내 손을 더듬어 잡았습니다
구름들이 몸을 다 말린 후
산을 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대가 그만큼에 서 있거나 내게 오지 않아도
식지 않을 간격만큼 단풍 물은 옮아갑니다
나뭇잎을 주워 뒤집어보았습니다
가을에는 이별해도 소용없습니다
그쪽 강가에는 지금 혹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요
- 시집 <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 문학과지성사, 2021. P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