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심어요 지난 가을 그대가 보내준 편지봉투에 꽃씨를 받아 넣었죠 눈 내리는 겨울밤에 책장 선반 구석에서 봉투 안의 꽃씨들이 소곤소곤 속삭이는 소리에 몸을 뒤채며 봄을 기다렸죠 첫 봄비가 내리고 그대가 보내준 편지를 다시 읽으며 봉투에 간직해 온 꽃씨를 심어요 내가 여기 태어나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꽃과 나무, 그리고 그대이죠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원망하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꽃과 향기를 내어주고 한 생의 결실을 이 작은 꽃씨에 담아 긴 겨울날을 우리 함께 걸어왔죠 좋지 않은 일들이 한꺼번에 오고 좋지 않은 자들이 봄을 밟고 와도 눈 녹은 땅에 꽃씨를 심어요 지구에서 보낸 한 생의 길에서 곧고 선한 걸음으로 꽃을 피워온 그대 사랑이 많아서 슬픔이 많았지요 사랑이 많아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