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9

삶의과정이 행복

삶의 과정이 행복인 것을 산꼭대기에 오르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정상에 오른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어느 지점에 도착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그런 곳은 없다. 같은 곳에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불행한 사람이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즐거운 사람이 있고, 불행한 사람이 있다. 같은 음식을 먹지만, 기분이 좋은 사람과 기분 나쁜 사람이 있다. 같은 물건, 좋은 음식, 좋은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무엇이든 즐기는 사람에겐 행복이 되지만, 거부하는 사람에겐 불행이 된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을 만족해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 갈 곳이 있는 사람, 갖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23

살아온 기적

내가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더라.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더라.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더라.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

카테고리 없음 2024.09.21

인생이란

인생이란? 인생은 "풀초(草) 이슬로 (露)" 풀에 맺힌 이슬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 아침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은 햇볕이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의 인생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슬과 같고 나그네와 같다는 것을 실감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슬이요, 나그네의 순간을 살다 가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마음에 담아야 하고 무엇을 내려놔야 할까요? 아래의 성경구절과 노년의 소망이 다소나마 그 해답을 말해 주네요^^ "우리가 무엇을 바라리요, 우리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21

9월의 시 문병란외

9월의 시詩 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 시집 [새벽이 오기까지는] (1994) • 가을엔 詩를 읽자 가을비가 오는 날 붉게 익어가는 들녘을 보며, 흩날리는 단풍을 보며 시를 읽는다. 바람이 어깨를 스치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고, 빗방울이 가슴을 치면 서럽고 쓸쓸해서 눈물이 난다. 그래서 가을엔 시를 읽는다. ..

카테고리 없음 2024.09.20

비바람

" 비바람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처를 받으며 자라나는 꽃과 같습니다. 비바람을 맞지 않고 자라나는 나무는 없습니다. 우리의 살아가는 길에 수많은 비와 바람이 다가옵니다. 때로는 비바람에 가지가 꺽어 지듯이 아파할 때도 있습니다. 아픔으로 인해 나무는 더 단단해짐을 압니다. 내가 가진 한 때의 아픔으로 인생은 깊어지고 단단하게 됩니다. 비와 바람은 멈추게 됩니다. 인생이 매번 상처받지는 않습니다. 비와 바람은 지나가는 한 때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비와 바람을 견디고 핀 꽃이 아름답습니다. 사는 게 매번 아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날이 있습니다. 오늘 또 하루 지나갑니다. 사는 게 상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아픔은 나를 더 깊고 아름다운 삶의 꽃이 되게 ..

카테고리 없음 2024.09.18

정일근시 모음

쑥부쟁이 사랑 정일근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모든 꽃송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문학과 지성사 2003 나에게 사랑이란 정일근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에 젊은 날엔 그대로 하여 마음 아픈 것..

카테고리 없음 2024.09.18

윤동주시모음

흰 그림자 윤동주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든가요. ​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든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 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든 흰 그림자들, ​ 내 모든것을 돌려 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 신념信念이 깊은 으젓한 양羊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1942.4.14)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스타북스,2022 자화상自畵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

카테고리 없음 2024.09.09

가즈랑집 백석시

가즈랑집 백석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 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짐승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짐승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사촌을 지나는 집 예순이 넘은 아들 없는 가즈랑집 할머니는 중같이 정해서 할머니가 마을을 가면 긴 담뱃대에 독하다는 막써레기를 몇 대라도 붙이라고 하며 간밤에 섬돌 아래 승냥이가 왔었다는 이야기 어느 메 산골에선간 곰이 아이를 본다는 이야기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옛말의 구신집에 있는 듯이 가즈랑집 할머니 내가 날 때 죽은 누이도 날 때 무명필에 이름을 써서 백지 달아서 구신간시렁의 당즈깨에 넣어 대감님께 수영을 들였다는 가즈랑집 할머니 언제나 병을 앓을 때면 신장님 단련이라고 ..

카테고리 없음 2024.09.08

유안진 시모음

경주 남산에 와서 유안진 묻노니, 나머지 인생도 서리 묻은 기러기 쪽지에 북녘 바람길이라면 차라리 이 호젓한 산자락 어느 보살 곁에 때이끼 다숩게 덮은 바윗돌로 잠들고 싶어라 어느 훗날 나같이 세상을 춥게 사는 석공이 있어 아내까지 팽개치도록 돌에 미친 아사달 같은 석수쟁이 사나이 있어 그의 더운 손바닥 내 몸 스치거든 활옷 입은 신라녀 깨어나고저 -유안진, '풍각쟁이의 꿈' 문학사상사 62쪽에서 유안진 시 더 읽기 선덕 여왕 유안진 총명함이 지나쳐 춥고 추워야 했던 여자 여자되길 거부했어도 여자로 살고 싶었던 여왕 사랑을 안해 봤어도 누구보다 잘 안 여자 거렁뱅이 마음조차 어여삐 거둔 여왕 저자거리 놀림감 되어도 지귀志鬼땜에 행복했던 여왕 그러므로 모든 거러지를 행복하게 해준 여왕 사랑하여 지은 죄는 ..

카테고리 없음 202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