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그림자 윤동주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든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든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 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든 흰 그림자들, 내 모든것을 돌려 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信念이 깊은 으젓한 양羊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1942.4.14)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스타북스,2022 자화상自畵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