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76

길 '길’은 사람들이 정말 자주 쓰는 흔한 말이다. 나는 이상하게 이 한 글자 단어가 오래 전부터 참 좋았다. 그 어감이 입에 착 감긴다. 긴 세월 참 친구처럼 다정하게 긴 여운을 준다. ‘에움길’ 이 뜻을 모르는 이도 많을 거 같다. ‘빙 둘러서 가는 멀고 굽은 길’ 이라는 뜻이다. 둘레를 빙 '둘러싸다’ 는 동사 ‘에우다’에서 나왔다. 지름길은 질러가서 가까운 길이고, 에움길은 에둘러 가서 먼 길이다. ‘길’은 순수 우리말이다. 한자를 쓰기 전부터 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라 향가에도 나온다. 길을 칭하는 말들은 거개가 우리말이다. 그런데 길 이름에는 질러가거나 넓은 길보다 돌아가거나 좁고 험한 길에 붙은 이름이 훨씬 많다. 우리 인생사처럼 말이다. 집 뒤편의 뒤안길, 마을의 좁은 골목 길을 뜻하는..

카테고리 없음 2023.07.14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 작은 심장 안에 이토록 큰 슬픔을 넣을 수 있습니까?' 신이 대답했다. '보라, 너의 눈은 더 작은데도 세상을 볼 수 있지 않느냐.' - 잘랄루딘 루미 (시로 납치하다/류시화) 잘랄루딘 루미는 고대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이자 석학입니다. 13세기때 시인의 시심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감성을 고요히 흔들다니...

카테고리 없음 2023.07.13

나는 소망합니다

[나는 소망합니다]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누구를 대하든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타인의 죽음을 볼 때마다 내가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상대가 나에게 베푸는 사랑이 내가 그에게 베푸는 사랑의 기준이 되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모두가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기를 그러나 나 자신만은 그렇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언제나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기를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나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기를 그러나 그런 사람을 애써..

카테고리 없음 2023.07.11

미소

미소 '어린 왕자’라는 아름다운 책을 쓴 안톤 드 생떽쥐베리(antoine marie-roger de saint -exupery : 1900-1944)는 나치 독일에 대항해서 전투기 조종사로 전투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는 당시 체험을 바탕으로 한 '미소(le sourire)'라는 단편소설을 썼습니다. ​그 소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난 전투 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감방에 갇혔다. 간수들의 경멸적인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다음 날 처형될 것이 분명하였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으며 고통을 참기 어려웠다. 나는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한 개피를 발견했다. ​손이 떨려서 그것을 겨우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에게 모든것을 빼앗겨 버렸기 때..

카테고리 없음 2023.07.08

재주는 덕을 이길수 없다

●재주는 덕을 이길 수 없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너 나 할것 없이 자식을 천재로 키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천재가 아니라 덕이 있는 사람 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지도자의 위치에서 사회를 이끄는 사람은 천재가 아니라 덕이 높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천재를 부러워 하지만 천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덕은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머리 좋은 사람으로 키우기 전에 덕을 좋아하고 덕을 즐겨 베풀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야 할 것입니다. 공자는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하여 덕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머리로 세상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머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보다 가슴이 미치는 영향이 휠씬 큽니다. 그러므로 머리..

카테고리 없음 2023.07.08

동그란길로 가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동그란 길로 가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08

이력서에 쓴 시

이력서에 쓴 시 손택수 ​ 생년월일 사이엔 할머니의 태몽이 없고 첫손주를 맞은 소식을 고하기 위해 소를 끌고 들판에 나가셨다는 할아버지의 봄날 아침이 없고 광주고속 거북이 등을 타고 와서 여기가 용궁인가 동천 옆 고속터미널에 앉아 있던 소년의 향수병이 없고 길바닥 보단 지붕을 좋아해서 못을 징검돌처럼 밟고 슬레이트 지붕을 뛰어다니던 도둑괭이 문제아가 없고 맥주병 소주병 환타병을 깨서 송곳니를 드러낸 담벼락처럼 가난하고 겁 많은 눈망울을 숨기기 위해 아무 데서나 이를 드러내던 청춘이 없고 남포동 통기타 음악실 무아에서 허구한 날 죽치고 앉아 있던 너를 그냥 보내고 시작된 서른 몇 해 동안의 기다림이 없고 신춘문예 응모하러 가던 겨울 아침 그게 무슨 입사지원서나 되는 줄 알고 향을 피우고 계시던 어머니가 없..

카테고리 없음 2023.07.04

많이 사랑했나 보다

[많이 사랑했나 보다] 많이 사랑했나 보다 아주 사랑했나 보다 무척 사랑했나 보다 나는 어른이니 이별에 많이 슬퍼하지 않으리라 자신했는데 나는 어른이니 이별에 그리 애달파 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는데 요즘은 잠시라도 틈이 나면 그 사이로 그대가 비집고 들어온다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튀어나오고 어찌나 날카로운지 순식간에 후비어 파고든다 얇디얇은 시간의 틈마다 이렇게 쉴 새 없이 그대 졸졸 새어 나와 견고하지 못한 내 마음마저 와장창 무너지면 나는 어찌하나 무너져버린 내 마음 시간이 지나 더욱더 아프면 나는 어찌하나 나는 어른이라도 여전히 내 마음을 잘 모르고 나는 어른이라도 여전히 내 마음을 잘 다루지 못하나 보다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 중-

카테고리 없음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