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잎, 잎 이기철 우리 부르는 이름 가운데가장 보드라운 이름은 몇 켤레나 될까요 풀잎이 백 켤레의 신발을 신고 건너간 풀밭에는 하나의 발자국도 찍혀 있지 않습니다 옷 갈아입지 않은 데도 늘 새옷인 잎들이 또 다림질한 하루를 당겨옵니다 너무 깨끗한 몸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어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아침이 열립니다 누군가가 잎이라 불렀기에 나도 그를 따라 잎이라 부릅니다 부르다 보면 어느덧 내 몸이 풀잎이 됩니다 함께 가자 말 안했는데 또 하루를 데려다 놓고 풀잎은 풀잎대로 길 떠나고 돌아 옵니다 풀잎 외에 다른 이름으로는 도저히 부를 수 없는 풀잎 잎새는 잎새끼리 모여서 삽니다 잎,잎,잎, 그들의 살 닿음이 천국인 이유입니다 시집《 잎 ,잎, 잎》 서정시학,2011 우리 어린 그리움에겐 무얼 선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