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와 폐타이어 복효근 숙제장 노트를 엎어놓은 듯한 슬레이트 지붕위에 폐타이어 몇 개 놓여있다 그렇지 삶은 숙제이지 저 작은 지붕 아래도 풀어야 할 문제는 잔뜩 쌓여서 때로는 새벽까지 불이 밝았다 그래서 지아비가 다시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지어미는 그보다 먼저 까만 비닐봉지에 두부를 사들고 들어가 찌개를 끓였을 것이다 그래 잘 풀었다고 선생님이 착한 아이 숙제장에 그려준 동그라미처럼 하느님이 동그라미 대신 폐타이어를 올려놓았을지도 모르지 가끔은 냄비가 뒹굴고 흐느낌 소리가 마당귀를 적셨으나 요란하게 풀 문제도 있긴 하는 거라 숙제를 잘 풀긴 하였던지 이번 태풍에도 지붕 끄떡없다 폐타이어 몇 개 저 수레 같은 집 한 채 끌고 이 밤도 어느 하늘 향하여 가려는지 창에 다시 환하게 불이 켜지고 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