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지 않은 풍경 최영미 어디론가 갈곳이 있어 달리는 바퀴들이 부러웠다 . 앞만 보고 질주하다 길모퉁이에서 부드럽게 꼬부라지는 빨갛고 노란 불빛들이 부러웠다. 비에 젖은 8차선 대로는 귀가하는 차들이 끊이지 않고 신호등을 읽었다면 멈출 때를 알았다면 나도 당신들의 행렬에 합류했을지도....... 내게 들어왔던 , 내가 버렸던 삶의 여러 패들은 멀리서 보니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하얀 가로등 밑의 물웅덩이에 빗방울이 떨어져 보석 같은 빛을 탁탁 튀기며 지루하지 않은 풍경을 만들고 반짝이는 한 뼘의 추상화에 빠져 8월의 대한민국이 견딜 만한데 이렇게 살면서 , 불의 계절을 살아남아서 다행이라고 비 오는 밤을 젖지 않고 감상하는 방을 주신 신에 감사하며, 독한 연기를 뿜었던 입 안을 헹구고 내 밑에서 달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