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70

벚꽃의 의미

벚꽃의 의미 III 벚꽃은 홀로 흩날리다 사라지지 않는다 꽃잎지고 꽃비되어 저무는 그 자리에 저 마다의 추억 한 두개 나풀나풀 흩어져 긴 숨 참아내야 하는 슬픈 사연도 있고 봄비 젖은 숨 죽인 벚꽃잎 그 바로 옆자리 활짝 웃는 목련과 장미 꽃망울 꼭 있으며 벚꽃 피고 지고 세월 머물러 누리지 못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서글픈 그리움 피고 또 진다

카테고리 없음 2023.03.27

고진하시 모음

향기 수업 고진하 때로 내 마음은 근심의 직물을 짜는 공장이기도 하지만 그 공장 옆으로 바람이 불고 심호흡하는 꽃들을 보며 하늘하늘 너풀너풀 내 근심은 간데없이 날아가기도 하지 ​ 꽃의 문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하는 봄, 저 나른한 봄의 학교에서 개화도 낙화도 생을 단련하는 수업이지만 나비나 벌들이 잠깐 향기 은은한 꽃술에 앉아 평정을 누리는 향기 수업의 자리를 곁눈질하다 봄날이 다 갔네 ​ 행인 같은 봄이 끌고 사라진 꽃수레의 체온이 마른 잎맥에서 가슴 언저리께 남아 잔물결을 일으키지만 숱한 이별과 친해져야 할 누덕누덕한 날들 위로 성큼 다가올 여름이 심호흡하는 소리를 듣고 있네​ 시집 《명랑의 둘레》 문학동네 . 2015 모란 고진하 꽝꽝한 한겨울 돌담 아래 모란(牧丹), 꽉 다문 묵언의 입술처럼 깊..

카테고리 없음 2023.03.25

우리는

우리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삶이 힘 들거나 외로울 때 가슴으로 전해오는 인정 어린 말보다 값지고 귀한 것은 없습니다. 눈물이 나고 슬플 때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없이 꼭 잡아주는 손길보다 상실된 삶에 힘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비록 우리가 돌멩이처럼 흩어져 각자의 삶을 걷고 있어도 우리는 모두가 바람처럼 왔다가 지는 꽃잎과 같이 외로운 길 떠나는 나그네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 서로에게 사랑을 전할 때 진정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도 세상과 이별할 줄 아는 지혜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마음을 열어 서로에게 행복을 전하는 행복의 천사가 되어야겠습니다.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글' 중-

카테고리 없음 2023.03.25

표절 충동

표절 충동 고진하 베끼고 싶은 시인의 시들은 이미 낡았구나 베끼고 싶은 가인의 노래는 이승의 리듬이 아니구나 베끼고 싶은 성자의 삶은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표절충동은 창조자인 나를 언제나 슬프게 하지만) 꽃의 꿀을 따 먹으면서도 꽃에 이로움을 주는 나비나 꿀벌의 삶은 베끼고 싶거니 이런 생물들의 꽃자리가 되어주는 대지의 사랑은 베끼고 싶거니 -고진하시집:야생의 위로(천년의시작, 2020)

카테고리 없음 2023.03.25

인생

인생 보았으나 보지 않은 것처럼 들었으나 듣지 않은 것처럼 말 했으나 말 하지 않은 것처럼 불행했으나 행하지 않은 것처럼 알았으나 알지 못한 것처럼 몰랐으나 모르지 않은 것처럼 주었으나 주지 않은 것처럼 받아야 하나 받을게 없는 것처럼 뜨거우나 뜨겁지 않은 것처럼 외로우나 외롭지 않은 것처럼 기대했으나 기대하지 않은 것처럼 서운했으나 서운하지 않은 것처럼 놓쳤으나 놓치지 않은 것처럼 이뤘으나 이루지 않은 것처럼 없으나 없지 않은 것처럼 있으나 있지 않은 것처럼 아프나 아프지 않은 것처럼 인생이란 이렇듯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사는 거라 하네 인생아 . . 너 참 어렵다 -박선아-

카테고리 없음 2023.03.25

봄꽃처럼

봄꽃처럼 예쁜 애인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살랑살랑 꽃바람이 불어오면 중년의 호수에도 피어나는 물보라 몸은 예전만 못해도 마음은 청춘이니 나무라지 마라 인생이란 가는 날까지 꽃피는 봄이요, 꿈꾸는 희망이다 너와 내가 알록달록 봄꽃으로 피어 꽃잎 스친 인연이고 싶어 아기자기 이야기꽃을 피우며 세월을 잊고 싶어 오는 봄은 오더라도 가는 봄은 어이하리 허망한 인생길에도 아무 일 없이 꽃은 피고 지고 책속의한줄

카테고리 없음 2023.03.24

그 사람을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도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한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카테고리 없음 2023.03.24

이제 조금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보고싶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나의 사랑이 깊어도 이유 없는 헤어짐은 있을 수 있고, 받아 들일 수 없어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사람의 마음이란게 아무 노력 없이도 움직일 수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움직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 속에 있을 때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 사람도, 기억도 이렇게 흘러가는 것임을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카테고리 없음 2023.03.24

오늘은 좋은날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들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오늘 열리는 아침이 더욱 깨끗하여 새롭고 오늘 찾아오는 햇빛이 더욱 찬란하게 빛남은 오늘이 참으로 좋은 날인가 봅니다 오늘은 슬기롭게 어려움을 풀고 오늘은 지혜롭게 닫힌 것을 열어서 마음 마음들이 더 푸근한 날이었음 좋겠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누는 인사에 정을 더하고 서운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참된 용기를 가져서 오늘은 더 소중하게 만드렵니다 오 광 수 어 제 보 다 더 나 은 오 늘 되 셔 요 🩶

카테고리 없음 2023.03.24

내 것

인생은 남의 것이 아니라 내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사실을 명심하고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누구나 만족하면서 이승을 떠나고 싶겠지요. 그러려면 지금 해야 할 일에 전력투구해야 합니다. 남과 비교하거나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한탄하지 마세요. 내게 주어진 일에 오직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마음 맑음' 중-

카테고리 없음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