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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윤동주

려니하하 2024. 11. 27. 22:03

● '길' / 윤동주

잃어 버렸읍니다
무얼 어디에다 잃었는지 몰라
두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까지
저녁에서 아침까지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움어 눈물짓다
쳐도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은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요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