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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쓸쓸함이 찾아오면

려니하하 2023. 12. 16. 15:01


중년에 쓸쓸함이 찾아오면...
가끔 지나온 뒷모습을 바라보면
저녁에 만나는 바람은 영 쓸쓸하고
해지는 언덕의 새는
늘 어디론가 떠나는데
다시 찾아와 노을 한자락 물들이는
어제, 그 수많은 어제들
돌아 갈 수만 있다면
정말로 그럴 수만 있다면
다시 저 산을 넘는데도
이제는 울지 않겠노라고
정말로 그럴 수 없음이라
공연히 핀 꽃이 저녁 하늘만 물들이네
이젠 바람도 낮게 불리라
그러면 좀 더 가벼워지리라
꽃들에게도 가끔은 할 말이 없어지고
새들에게도 말을 건네지 못할 때면
가랑잎 하나에도 무엇이 내려앉아
밤 깊도록 낙엽만 숭숭한 가슴이네
꽃도 지고 나면, 피는 일 또한
그리움이더라
외로움이더라
그렇게 아픈 것이더라
중년에 쓸쓸함이 찾아오면
사는 것 또한 허무하기 짝이 없더라


책속의한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