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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려니하하 2023. 3. 2. 06:36


  편지
                    김용택

  봄비 오는 날 뭐 한다요
  책을 보다 밖을 보면 비가 오고
  비에 마음을 빼앗겨
  넋을 놓고 비를 보다
  비 따라가던 마음이 문득 돌아오면
  다시 책을 봅니다

  그러다가 내 마음 나도 모르게
  움직여 도로 그리 간답니다

  시방 뭐 하시는지요
  나는 오늘 혼자 놉니다
  비를 보며 때로 바람 따라
  심란하게 흩날리는 비를 보며
  혼자 놉니다

  선암사 홍매가 피어나는지
  선암사 홍매는 피는지
  선암사 홍매는 피어버렸는지
  자꾸 선암사 홍매가 궁금합니다

  이끼 낀 가지 끝에
  붉은 이슬처럼 맺힌 홍매를 생각하며
  빗방울을 따라가다보면
  빗방울들이 땅에 툭툭 떨어져
  부서지며 튀어오릅니다

  산이 적막하고 나도 적막하고
  물이 고요하고 나도 고요합니다

  고요한 마음에 피는 선암사 홍맷빛이
  내 마음에 물결처럼 일어납니다
  일었답니다
  내 마음이 자꾸 그리 갑니다

  가는 마음 붙잡아 되돌려 앉혀놓아도
  마음은 자꾸 그리 달아납니다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선암사 홍매는 한 잎 두 잎 꺼져도
  내 마음에 일어난 그리운 꽃빛은
  언제나 꺼질지
  나는 모른답니다
  나도 모른답니다




어 제 보 다 더 나 은 오 늘 되 셔 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