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소중함
모 증권 회사의 전무로 근무하시는 고등학교 선배님과 약 20여 년 전에 단둘이서 점심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님의 의견이 당시에는 저에게 매우 신선하게 생각되어서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게 납니다.
그 선배님이 저에게 묻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것 중 자기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냐?”
저는 그 문제에 대해 그동안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글쎄요.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정년까지 하지 않나요?”
그 선배님은 그 증권 회사에서 승진도 매우 빨랐고 이미 상당히 높은 직위에 올라와 있어서 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더구나 나이도 아직 정년을 한참 남겨 놓고 있었습니다.
그 선배님이 자신의 의견을 말합니다. “나는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왜요?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이시고 나름대로 승진도 빨리하시고 지금 엄청 좋은 직장인데요.”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이에 대한 그 선배님의 답은 이렇습니다.
“보통은 모든 힘을 일하는 데만 다 쓰고 다른 더 의미 있는 일을 못 하고 죽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시 점심을 마치고 나오면서 정말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선배님은 경제적인 여건 등으로 보아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말한 대로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에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에 있던 가족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은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정년을 채우는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각자의 여건과 상황이 다름에도 이 생각만큼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여건과 상황이 다르면 일하는 기간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많은 사람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도 다시 한번 곰곰우리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시간과 힘’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적절한 배분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절실히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살던 시골에서는 가족 중심의 생활이 그대로 구현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았기 때문에 집이 직장이고, 가족이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가족이 직장 동료이고, 별도로 식사 약속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가족이 식사 약속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시 생활에서는 이 중에서 가족이 낄 자리가 거의 없어져 버렸습니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정반대로 극단적으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복잡한 인간관계가 필연적으로 수반됩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울 때나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과 극히 일부 소수의 사람에 불과합니다.
죽는 순간에는 아무리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하더라도 친구를 찾지 않습니다. 가족을 찾게 됩니다. 그만큼 가족이 소중한 존재인 것입니다.
너무 일에만 몰두하는 경우에는 성취욕 등은 얻을 수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무언가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이 생각해 보면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인간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하나를 하게 되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못 하게 되는 존재입니다. 그만큼 항상 선택의 문제가 따르는 것입니다.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대부분의 사람이 거의 자신의 힘과 시간이 다해 갈 때쯤 절실히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인생의 예금잔고와 시간의 잔고 사이에서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