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뒤꼍에서/공 광규
신갈나무 그늘 아래서 생강나무와 단풍나무
사이로 멀리서 오는 작은 강물과
작은 강물이 만나서 흘러가는
큰 강물을 바라보았어요
서로 알 수 없는 곳에서 와서
몸을 합쳐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강물에 지나온 삶을 풀어놓다가
그만 똑! 똑! 나뭇잎에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지요
눈물에 반짝이며 가슴을 적시는 나뭇잎
눈물을 사랑해야지 눈물을 사랑해야지 다짐하며
수종사 뒤꼍을 내려오는데
누군가가 부르는 것 같아서 뒤돌아보니
나무 밑동에 단정히 기대고 있는 시든 꽃다발
우리는 수목장한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던 거였지요
먼 훗날 우리도 이곳으로 와서 나무가 되어요
나무그늘 아래서 누구라도 강물을 바라보게 해요
매일매일 강에 내리는 노을을 바라보고
해마다 푸른잎에서 붉은 잎으로 지는 그늘이 되어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삶을 바라보게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