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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雲寺 동백꽃

려니하하 2024. 11. 16. 13:52

禪雲寺 동백꽃


유안진


무너지고 싶습니다
녹아지고 싶습니다라고

여우바람으로
자맥질치는 불길

미친 이 불길 잡아달라고
눈비를 맞아봅니다만

밤마다 고개 드는
죄를 죽입니다만

눈서리가 매울수록
오히려 뜨거워만 집니다

마침내는 왈칵
객혈 쏟고 말았습니다 부처님.

-유안진, '풍각쟁이의 춤' <문학사상사, 54쪽>에서




꽃 지는 날에

유안진

열매 맺기 위해서
꽃은 떨어져야 한다

된서리를 맞아야
열매 또한 무르익음을

이 확실한
자연법칙을 믿으며

인간세상
눈비 속을
살아왔건만....

-유안진 '풍각쟁이의 춤' <문학사상사, 3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