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雲寺 동백꽃
유안진
무너지고 싶습니다
녹아지고 싶습니다라고
여우바람으로
자맥질치는 불길
미친 이 불길 잡아달라고
눈비를 맞아봅니다만
밤마다 고개 드는
죄를 죽입니다만
눈서리가 매울수록
오히려 뜨거워만 집니다
마침내는 왈칵
객혈 쏟고 말았습니다 부처님.
-유안진, '풍각쟁이의 춤' <문학사상사, 54쪽>에서

꽃 지는 날에
유안진
열매 맺기 위해서
꽃은 떨어져야 한다
된서리를 맞아야
열매 또한 무르익음을
이 확실한
자연법칙을 믿으며
인간세상
눈비 속을
살아왔건만....
-유안진 '풍각쟁이의 춤' <문학사상사, 3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