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꽃이 되고 싶다
그대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다 해도 서로의 꽃이 될 수 있을까
꽃집으로 들어설 때의 설레임과
한 아름 꽃을 안고 집으로 오는 동안
한 잎 한 잎 고운 향기 맡으며
상큼한 웃음 감추지 못하던 그 표정으로
나는 그대에게 어떤 꽃으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
발을 밟은 그대라면
어깨를 부딪친 그대라면
길을 묻는 그대라면
서로의 이름은 몰라도 은은한 들꽃 같은 향기로
미소가 예쁜 친절한 꽃으로
사슴의 눈망울을 닮은 착한 꽃으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
저마다 뜰은 있어도 가꾸지 않고
꽃병은 있어도 꽃이 없는 창가에서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본다 한들
시끄러운 귀로는 물소리를 들을 수 없고
불만의 목소리로 백조의 노래를 부를 수 없으며
비우지 못한 욕심으로 어떻게 새들의 자유를 이해할 수 있을까
부족함 속에서도 늘 감사하는 행복의 꽃
작은 것에서도 소중함을 느끼는 기쁨의 꽃
보이지 않는 숨결에도 귀 기울이는 관심의 꽃
누구에게나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꽃
사막에서도 물을 길어올리는 지혜의 꽃
사람의 뜰에는 만 가지 마음의 꽃이 있어도
어느 꽃도 피우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네
책속의한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