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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니하하 2024. 1. 18. 05:58




             정 철


우리는 생선회를 먼저 먹은 후에
매운탕을 먹는다.
날것을 먼저 먹고 익힌 것을 먹는다.
지식도 그렇게 먹어야 한다.

익힌 지식, 삶은 지식, 끓인 지식보다 날 지식을 먼저 먹어야 한다.

날 지식은 도서관이나 박물관에는 없다.
할머니의 느릿한 말 속에,
계절의 바쁜 변화 속에,
개미의 복잡한 동선 속에 살아 있다.

우리는 이 날 지식을 지혜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세상 모든 지식은 지혜를 먼저 먹은 후에
먹어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

『한 글자』중에서  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