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정 철
우리는 생선회를 먼저 먹은 후에
매운탕을 먹는다.
날것을 먼저 먹고 익힌 것을 먹는다.
지식도 그렇게 먹어야 한다.
익힌 지식, 삶은 지식, 끓인 지식보다 날 지식을 먼저 먹어야 한다.
날 지식은 도서관이나 박물관에는 없다.
할머니의 느릿한 말 속에,
계절의 바쁜 변화 속에,
개미의 복잡한 동선 속에 살아 있다.
우리는 이 날 지식을 지혜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세상 모든 지식은 지혜를 먼저 먹은 후에
먹어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
『한 글자』중에서 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