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차
강은교
봄이 오면 기차를 탈 것이다
꽃그림 그려진 분홍색 나무 의자에 앉을 것이다
워워워, 바람을 몰 것이다
매화나무 연분홍 꽃이 핀 마을에 닿으면
기차에서 내려
산수유 노란꽃잎 하늘을 받쳐 들고 있는 마을에 닿으면
또 기차에서 내려
진달랫빛 바람이 불면
또 또 기차에서 내려
봄이 오면 오랜 당신과 함께 기차를 탈 것이다
들불 비치는 책 한권 들고
내가 화안히 비치는 연못 한 페이지 열어젖히며
봄이 오면, 여기 여기 봄이 오면
너의 따뜻한 무릎에 나를 맞대고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여행을 떠날 것이다
은난초 흰 꽃 커튼이 나풀대는 창가에 앉아
광야로 광야로
떠날 것이다, 푸른 목덜미 극락조처럼 빛내며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창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