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안도현
맨 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 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 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 다음에는
재너머 사과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밭 울타리
탱자 꽃이
나도 질세라, 핀다
한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 꽃은 핀다
- 안도현 동시집: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실천문학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