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동치미
오탁번(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감곡*에 사는 여자들이
꽃 피는 원서헌에 놀러왔다
국수 말아 점심 먹고
술기운이 노을빛으로 물들 때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내 옆에 선 여자가 살갑게 말했다
-이래도 되죠?
내 팔짱을 꼭 꼈다
-더 꼭!
사진 찍는 여자가 호들갑을 떨었다
이럴 때면 나는
마냥 달콤한 생각에
폭 빠진다
-나랑 사랑이 하고 싶은 걸까
헤어질 때
또 팔짱을 꼭 꼈다
나는 살짝 속삭였다
-나랑 동침(同寢)이 하고 싶지?
속삭이는 내 말을 듣고
그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치미 먹고 싶으세요?
허허, 나는 꼭 이렇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