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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보며 문정희시

려니하하 2023. 12. 16. 14:57

눈을 보며
                        문정희

눈은 하늘에서 오는게 아니라
하늘보다 더 먼 곳에서 온다

여기 나기 전에
우리가 흔들리는 곳

빈 그네만이 걸려 있는
고향에서 온다

첫살에 부서지는 그대 머리칼이
반가운 것은
그 때문이다

한 생애에 돌아오는
목소리다

우리들의 호기심
우리들의 침묵이 닿지 않는 곳

그렇게 먼 곳에서
눈은 달려와
비로소 한 조각의 빛깔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