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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이생진시
려니하하
2023. 6. 3. 09:19
넋
이생진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 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냐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살아 있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우냐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이 나무를 떠나면 서글픈데
물이여 너 물을 떠나면
또 무엇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 하나 않지만
이생진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 동천사

